저 멀리, 낙원을 상상하며
“지구농부는 사람들과 생태계를 연결해요. 자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공생하는 사람들이죠.” 우람하게 솟은 산과 너른 강을 지나 찾아간 충주의 작은알자스. 탁 트인 전망이 내다보이는 길다란 나무 테이블에 모여 앉아 신이현 농부님이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듣고, 농장과 양조장을 둘러보았습니다. 손맛 좋은 숲작업자들이 챙겨 온 음식과 먹거리숲에서 채집한 재료로 근사한 식사를 준비해, 작은알자스의 레돔 와인과 함께 마시며 먹거리숲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작은알자스는 프랑스 알자스 지역의 기억을 품고 충주에 자리한 농장이자 양조장으로, 도미니크와 신이현 농부님의 즐거운 상상과 인고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낙원과도 같은 풍경을 이룹니다. 푸르른 포도밭 사이사이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받으며 공생하는 풀과 나무들 사이로 털이 뽀송뽀송한 닭과 오리, 거위들이 떼 지어 거닐며 벌레를 쪼아 먹습니다. 동시에 벌레들이 쉬어갈 수 있는 호텔도 있어요.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는 생태 감각 체험 프로그램, <소리수집> 전시도 농장 곳곳에서 바람결 따라 감상할 수 있었어요.
숲작업자로서 활동하며 지구농부님들의 삶을 들여다볼수록, 코앞에 두던 시선을 저 멀리 옮겨 두게 됩니다. 10년 뒤의 풍요를 상상하며 빈 땅에 씨앗과 묘목을 심고, 한 해 내내 꼬박 정성 들인 농사가 기대만큼 풍족하지 않더라도 훌훌 털어내고 다음을 준비하는 태도. 농부이자 소설가인 신이현 작가님이 엮어낸 책을 읽어 내리다 보면, 타고나지 않더라도 이런 태도를 길러낼 수 있더라고요. 조급한 마음으로 다그친다고 해서 금세 땅이 비옥해지고, 열매가 열리는 것은 아니니까요. 빠른 속도로 성과를 내보여야 하는 일을 주로 하던 제게는 기다림의 시간을 헤아리고, 받아들이는 자세를 갖추게 된 변화가 뜻깊습니다. 이 편지를 읽는 독자분들의 삶에도 이런 변화가 스며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할게요.
/ 숲작업자의 편지 편집자 혜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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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편지 흐름
1. 지구농부 소개 | 작은알자스
2. 시매의 편지 & 요리 레시피 < 작은알자스에서 배운 시간의 속도 >
3. 이연 & 은솔의 그림 편지
4. 마르쉐 / 농부의숲 / 숲작업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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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농부 소개
*지구농부 :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다시 흙 속으로 돌려보내는 ‘재생유기농업’을 지향하는 농부들을 지구 생태계를 돌보는 ‘지구농부’라 일컫습니다.
* 작은알자스 | 충주 수안보에서 포도와 사과 농사를 짓고 내추럴 와인을 생산합니다. 퍼머컬처 기반 생명역동농법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농사를 짓습니다. 농부 소개 /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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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레돔 와인을 여는 도미니크 농부님 / 2) 작은알자스 양조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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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방문 전, 작은알자스의 농부이자 양조장 사장, 그리고 소설가이기도 한 신이현 작가님이 발행한 여러 책들을 읽어 보았어요. 작은알자스에 관해 더 알고 싶은 분들께 추천해요. / 숲작업자 연지
🔖 < 떼루아의 맛 > | 그림 만화. 입문용으로 추천
- 작은 숲을 이룬 농장의 풍경과 유기적인 순환을 시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요.
- 생명역동농법, 퍼머컬처의 특징을 그림으로 재밌게 설명해주셔서 이해가 쏙 되어요.
- 두 농부님의 캐릭터가 생생하게 전해져요.
그림 만화에서 생략된 이야기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요. 소설가의 에세이라서일까요? 술술 잘 읽혀요.
🔖 < 알자스 >, < 알자스의 맛 > | 작은알자스 탄생 전 이야기
관행농 대신 땅을 돌보는 농사를 짓겠다는 선택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어렴풋이 짐작하게 해줘요. 목차만 훑어봐도 프랑스 알자스의 삶이 그려지고, 지금의 작은알자스로 이어지는 흐름을 상상해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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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에 실린 작은알자스 농장 지도. 더불어 살아가는 풀과 나무 이름이 빼곡히 기록되어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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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알자스에서 배운 시간의 속도 / 숲작업자 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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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어느 시골 마을을 닮은 곳, ‘작은 알자스’는 내추럴 와인 '레돔'을 만드는 포도밭이다. 주요 작물인 포도와 사과 외에도 보리수, 토끼풀, 헤이즐넛, 감나무 등 10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작물이 함께 자란다. 지금은 다채로운 숲을 이루고 있지만 그 시작은 ‘무(無)’였다. 약용 작약 꽃밭으로 쓰이던 땅을 갈아엎고 난 허허벌판에서, 농부 도미니크와 이현 작가님은 지금의 풍경을 그리며 씨앗을 하나하나 심었다.
이곳의 나무와 식물들은 대부분 씨앗이나 작은 묘목에서 시작되었다. 식물도 인간처럼 어릴수록 환경에 잘 적응하기 때문이다. 나무가 성숙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년. 작은 알자스는 이제 딱 절반 정도를 지났다.(2017년 농장 운영 시작, 현재 땅에서 농사를 지은지는 6년 되었다.) "이제 시작이에요." 양조장의 시간은 1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시작이라는 이현 님의 말씀에 머리가 아찔했다.
아무런 수확도 없는 과수나무를 보며 보낸 시간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 시간을 견딜 수 있는 인내심은 어떻게 얻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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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현 농부님이 프랑스에서 즐겨 드셨다던 레시피로 만든 수박 화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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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을 둘러본 후, 다 함께 점심 식사를 차렸다. 나는 밭에서 딴 포도잎을 데쳐 페타치즈를 돌돌 말아 굽는 요리를 맡았다.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포도잎을 데쳐 건져냈는데.... 우왁!!
맛을 본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포도잎이 너무 질겨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좀 더 여린 잎을 구해도 마찬가지였다. 허둥대는 나를 보며 여러 지혜가 보태졌고, 결국 포도잎을 아주 오-래 데쳐내어 올리브오일에 주무른 후에야 겨우 먹을만한 포도잎 치즈 말이가 완성되었다.
질긴 포도잎을 먹을 수 있게 만드는 치트키는 결국 ‘기다림’이었다. 포도잎은 잔잔한 불에서 충분히 기다려준 후에야 스스로의 거칠고 억센 결을 풀어내고 부드러워진다. 그 순간을 기다리지 못해 조바심내던 내 모습이 우스워질 정도로 해결책은 간단했다. 그저 그 기다림이 어려웠을 뿐이다.
포도밭도 마찬가지다. 너무 비옥하지도, 가물지도 않게 나무를 돌보며 묵묵히 기다린 시간이 지금의 아름다운 밭을 만들었다. 어떤 해는 자연재해로 수확을 전혀 못 하기도 하지만 농부는 의외로 담담하다. 지금 이 순간이 전부가 아님을, 그가 기다리는 것은 눈앞의 열매가 아니라 더 큰 숲임을 알고 있어서다.
지속 가능한 농업을 배우러 갔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인생을 배우고 돌아왔다. 나는 이미 오랜 기간 다양한 시간을 쌓으며 자라온 나무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 그러니 당장 1-2년 동안 눈에 띄는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왜 열매가 맺히지 않느냐며 스스로를 다그칠 필요는 없다. 그저 하루를 성실히 살아가고, 그 시간이 쌓이기를 기다려주면 될 일이다.
앞으로 레돔의 와인을 마실 때면 종종 이 말이 생각날 것 같다. "기다리면 괜찮아."
*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 시매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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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료 ]
포도잎
페타치즈
허브 (딜, 파슬리)
견과류 (아몬드, 피스타치오 추천)
올리브오일
- 포도잎을 잔잔하게 끓는 소금물에 넣어 데친다. 포도잎은 캠벨보다는 청수, 샤인 머스캣 같은 청포도 계열의 잎이 부드러워 적합하다. 포도잎은 오래 데쳐야 부드러워지므로 중약불에서 최소 15분 이상 데친다.
- 포도잎을 데치는 동안 페타치즈, 잘게 다진 허브, 다진 견과류를 큰 볼에 넣어 고루 섞는다. 올리브오일을 한 스푼씩 더해 치즈 믹스가 촉촉하게 섞이도록 한다.
- 포도잎을 건져내어 올리브오일을 넣고 힘을 주어 조물조물 무친다.
- 포도잎이 부드러워지면 한 장씩 펼쳐내어 치즈 믹스를 한 스푼씩 올려 돌돌 말아낸다.
- 180도 예열된 오븐에 10분간 구워내면 완성! 따뜻할 때 꿀을 듬뿍 뿌려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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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와 살구, 보리수와 카시스. 서로 기대고 도우며 사이좋게 살아가는 작은 알자스.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막 열매 맺은 청포도의 연둣빛과 줄기의 핑크빛을 같이 담아보았어요.
/ 숲작업자 이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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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진행하는 미술교육 시간에 작은알자스에서 얻어온 포도잎을 새로운 재료로 건네보았어요. “단풍잎을 닮았어요.” ”잎이 촉촉해요.“ ”잎에 그림 그릴래요!“ 도시에서는 포도잎을 만지고 관찰할 기회가 잘 없다보니, 태어나 처음 보는 포도잎을 신기해하며 씩씩하게 감상을 나누더라고요.
아주 작은 묘목에서부터 튼튼하게 자라난 포도나무들처럼, 이 아이들이 자라나며 이루게 될 생태계를 상상해봅니다.
/ 숲작업자 은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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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시장 마르쉐는 13년 동안 시장에서 농부를 만나고, 먹거리를 나누며 작은 농부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봐 왔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로 폭염과 집중호우가 반복되고, 빠르게 생산하는 방식의 농업은 흙의 힘과 생물다양성을 점점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좋은 농사를 지으려 애써도 농부의 삶을 오래 이어가기 어려운 현실 또한 점점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농부의 숲은 이러한 시대 속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과일나무와 여러해살이 작물, 산나물과 허브 등을 함께 심고 돌보며 숲처럼 다양한 생명이 공존하는 농업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나무는 뜨거운 볕과 바람으로부터 밭을 지켜주고, 풀과 꽃은 벌과 나비 같은 작은 생명들이 다시 찾아오는 환경을 만듭니다. 흙은 천천히 회복되고, 농부의 밭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지난해 농부의 숲에서는 572그루의 나무와 8,000촉 이상의 다년생 식물이 농부들의 밭에 심어졌습니다. 올해 2026년에는 50여 명의 벌새클럽, 프로보노, 숲작업자, 벗밭이 이 여정에 함께하며, 농부 혼자서는 가기 어려운 길을 천천히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 마르쉐 | 인스타그램 / 웹사이트
농부시장 마르쉐는 전국 곳곳의 소규모 농부, 요리사, 수공예가가 함께 모여 먹거리와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대화하는 농부시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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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작업자의 편지를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농부의 숲 프로젝트 또는 숲작업자들에게 궁금한 점, 의견이나 응원을 남겨 주세요.
다음 편지로 답장을 남길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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