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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작업자의 첫 번째 편지
농부의 숲과 함께 나아가는 숲작업자의 첫 번째 편지를 산들산들 봄바람에 실어 보냅니다. 숲작업자는 '대화하는 농부시장 마르쉐'가 전개하는 농부의 숲 프로젝트를 관찰하며 저마다의 작업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 짓는 사람들이에요. '농부의 숲 프로젝트'는 기후 위기와 약화된 생태계에 대응하여 다양한 생명이 공존하는 농업 모델을 제시하죠. 과일나무와 다년생 작물을 함께 심어 흙을 회복시키고 생물다양성을 높임으로써, 자연과 농부의 삶이 지속될 수 있는 건강한 환경을 만듭니다.
설명이 조금 어렵게 느껴지시나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농장에 방문해 살펴보니 단번에 와닿더군요. 지난 4월 말, 숲작업자들은 돈독한 우정을 맺고 더불어 나아가는 논산 꽃비원과 완주 너멍굴농장에 다녀왔습니다. 두 농장에서 보고, 듣고, 매만지고, 맛본 것들, 그리고 얻어온 작물들로 만든 레시피를 나누어요. 편지를 발행하는 5월에도 수확하는 작물들이니, 참고해 계절을 담아낸 식탁을 차리는 데에 보탬이 될 거예요.
숲작업자들은 어떤 개개인이 모여 어떤 작업들을 구상하고 있는지, 다음 편지에서 소개를 전할게요. 편지를 읽는 동안 여러분의 마음속에도 싱그러운 풀내음과 흙의 온기가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 숲작업자의 편지 발행인 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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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의 방향성과 농부의 숲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꽃비원 정광하 농부님 & 너멍굴농장 진남현 농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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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식탁 메뉴 >
밭에서 막 수확한 부추로 만든 계란말이 봄나물을 듬뿍 넣고 고추장과 된장으로 간한 장떡과 부추전 들기름, 들깨, 간장으로 담백하게 무친 두릅 상추와 민들레 잎, 토마토로 완성한 봄나물 샐러드 너멍굴 농장의 토종 보리벼 쌀밥과 보리차 오가피순과 생고사리 장아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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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 꽃비원에서의 정성 가득한 식사. 농부님들은 평소에 어떤 음식을 드시는지 궁금한 마음에 조금 더 일찍 가서 요리 과정을 담아보았어요.
밭에서 갓 따온 부추로는 고소한 계란말이를 만들고, 취나물은 전날 미리 간장과 소금에 버무려 두었다가 이튿날 정성껏 볶아내셨대요. 농부님의 어머니께서 자주 해주시던 손맛 그대로의 방식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나물을 듬뿍 넣어 된장과 고추장으로 간을 한 장떡과 부추전도 노릇노릇하게 부쳐냈습니다. 이맘때 나무에서 툭 떼어 수확하는 두릅은 껍질을 다듬어 살짝 데친 뒤, 들기름과 들깨, 간장으로 조물조물 무쳐냈고요. 싱싱한 상추와 민들레 잎은 토마토를 곁들여 산뜻한 샐러드가 되었답니다.
어느새 숲 작업자들이 하나둘 모여 농부님과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며 준비해 주신 음식들을 함께 나누어 먹었어요. ‘밥을 같이 먹으면 식구’라는 말처럼, 같은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정이 듭니다. 앞으로 이 푸른 숲속에는 또 어떤 소중한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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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쉐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부터 보아온 꽃비원은 자연과 사람이 함께 가꾸어낸 아름다운 먹거리의 숲입니다. 꽃비원 홈앤키친에는 여러 번 방문했고 농장에도 가보았지만, 농부님들의 설명과 함께 둘러보니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게 다가왔어요. "할머니가 되어서도 이 농장과 함께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어요" 갈수록 농사 짓기 어려워지는 기후적 상황 속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채집할 수 있는 먹거리가 늘어가는 모습에 안도감을 느낀다는 남도님의 말씀에 반가움이 컸습니다.
농장에서 마주한 풍경은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각종 나물과 허브, 고사리, 그리고 바람 따라 휘날리며 퍼져나가는 민들레 홀씨와 꽃들이었어요.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면 사과와 배나무, 두릅, 모과, 앵두처럼 아직은 열매보다 꽃이 먼저 반겨주는 과일나무들로 가득했지요. 보리수 열매가 한창 영글었을 때 꽃비원에 수확하러 와본 적이 있어서, 흔들리는 보리수꽃들을 바라보며 더욱 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한 달 뒤의 풍경은 또 금세 바뀔 테니 앞으로가 무척 기대되는 순간이었어요. 잠깐 머무는 시선으로도 이렇게 마음이 벅찬데, 지난 14년간 이곳을 일궈오신 농부님들의 심정은 얼마나 너그럽고도 벅차실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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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원과의 교류를 통해 농장을 먹거리의 숲으로 가꿔나가는 너멍굴농장. 정광하 농부님께 배운 전정 기술을 매실나무에 적용했더니 눈에 띄게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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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농부의 숲 *마중물 농가 지원을 받고 있는 너멍굴농장으로 향했습니다. 해 질 녘 노을빛을 받으며 바람 따라 흔들리던 보리밭과 밀밭, 그리고 앞날이 기다려지는 작물들이 가득했어요. 노란 배추꽃을 뜯어 손에 쥐고는 밭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흐르는 노래를 듣고 바람을 만끽하던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이런 소중한 순간들을 앞으로도 한결같이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어요.
직접 농장에 와보는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흙과 풀로 덮인 땅을 거닐어보고서야 비로소 알 수 있었습니다. 산딸기 나뭇잎에서 피어나는 칵테일 체리 향을 맡아보고, 고사리와 아스파라거스를 똑똑 꺾어보며, 밭미나리를 한 움큼 손에 쥐어 보아야만 느낄 수 있는 귀한 감각들이니까요.
*마중물 농가 : 마른 펌프에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붓는 물인 "마중물"처럼, 한 걸음 먼저 농부의 숲을 가꿔나가는 농부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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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모종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목재 뼈대에 틈을 만들어두었더니 사마귀들이 알을 놓고, 새끼 사마귀들이 진딧물을 먹어주더라고요.” 사마귀 알을 보여주는 너멍굴농장 진남현 농부님 우) ‘산골 너머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의 너멍굴 농장으로 향하는 숲작업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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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지는 너멍굴농장 들판에 앉아 직접 만든 곡을 연주해 들려준 숲작업자 연지님. 너른 보리밭을 배경으로 바람결 타고 들려오는 노랫소리와 새 소리가 모두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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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초록빛으로 채워진 꽃비원과 너멍굴농장에서 채집한 재료들로 만든 세 가지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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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삭하고 촉촉한 생 아스파라거스, 싱싱하고 향긋한 밭미나리, 고소한 배추꽃. 이 맛들이 모두 어우러지도록 담아낸 ‘미나리 볶음된장 국수’
[ 재료 ] *2인분 기준 미나리 70g 숙주 200g 양파 80g+50g 유부 2장 (23g) 소면 160g 참기름 1.5T 된장 1T 현미식초 1T 식용유, 소금, 참기름 * 고명용 제철 채소 (생 아스파라거스, 배추꽃 등)
- 미나리의 줄기는 송송 썰고, 잎은 적당한 길이로 자른다.
- 양파 80g은 결을 따라 채썰고, 50g은 다진다. 유부는 채썬다.
- 팬에 기름을 두르고 채썬 양파를 볶다가 소금 두 꼬집을 넣고, 유부를 더해 볶는다.
- 3을 옮기고, 기름 두른 팬에 숙주와 소금 1/2t를 넣고 센불에서 볶는다.
- 팬에 참기름, 다진양파를 올려 볶다가, 된장을 더해 볶는다.
미나리 줄기를 더해 살짝 볶다가 불을 끄고, 식초를 섞는다.
- 미나리를 살짝 데쳐 식힌 후, 소금 2꼬집을 더해 무쳐둔다.
- 소면을 삶아 헹구어 물기를 빼고, 4의 숙주와 섞어 그릇에 담는다.
- 5의 볶음된장과 준비한 고명을 모두 얹고 참기름을 살짝 둘러 마무리 한다.
* 미나리의 양을 늘리거나 생으로, 또는 미나리 대신 다른 나물을 넣어도 좋다. * 입맛에 맞추어 소금과 식초를 더한다. * 된장의 콩이 살아있는 경우, 절구에 갈아서 사용하면 좋다. * 미나리는 오래 데치면 질겨지므로, 끓는 물에 넣자마자 재빨리 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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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고사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식감을 살린 2가지 요리, 볶음밥과 두부덮밥. 은은한 고사리 맛에 약간의 향을 더해 매력을 느껴보세요!
햇고사리 마늘 볶음밥
[ 재료 ] *1인분 기준
손질한 고사리 50g 마늘 3톨 표고버섯 1개 밥 160g 올리브오일 2T 소금, 후추, *크러쉬드 레드페퍼
- 마늘은 얇게 편 썰고, 손질한 고사리는 송송 썬다.
* 생고사리 손질법 : 고사리는 여러 번 씻은 후, 굵은소금 1t 넣은 끓는 물에 약 5분간 데친다. 찬물로 헹구어 물에 담가 갈아가며 냉장고서 하루 이상 독성을 제거한다.
- 표고버섯 기둥을 분리해 손으로 찢어 다지고, 갓은 결을 따라 얇게 썬다.
- 팬에 올리브오일, 마늘을 넣고 향이 올라오게 약불에서 볶는다.
- 3에 표고와 소금 한 꼬집을 넣고 노릇해지게 볶다가, 고사리와 크러쉬드 레드페퍼를 넣는다.
- 밥과 소금 1/2t을 넣고 볶는다.
- 그릇에 담고 후추를 뿌려 마무리한다. *취향껏 소금을 더해 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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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고사리 두부 덮밥
[ 재료 ] *2인분 기준 손질한 고사리 90g
표고버섯 2개
양파 80g
두부 160g
다진 생강 5g
밥 2인분
식용유 1T
물 150ml A (전분 1T, 국간장 1T, 물 50ml)
참기름, 소금, 후추
- 양파는 다지고, 손질한 고사리는 송송, 두부는 작게 깍둑 썬다.
- 표고버섯의 기둥은 손으로 찢어 다지고, 갓은 결을 따라 얇게 썬다.
- 냄비에 다진생강과 식용유를 넣고 달궈 향이 올라오면, 양파와 소금 한 꼬집을 넣고 볶는다.
- 3이 충분히 볶아지면, 표고를 넣고 볶는다.
- 고사리도 넣고 볶다가, 물150ml와 두부를 더해 잠시 뚜껑을 덮어 끓인다.
- A를 잘 섞어서 풀어 넣고 전분이 익어 걸쭉해지면 불을 끈다.
- 그릇에 밥과 6을 담고 참기름, 후추를 뿌려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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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 트립에 동행했던 정혜윤 PD님이 실어낸 기사. “논산에 꽃비원이 있다” 메모 적힌 신문을 들고 꽃비원에 찾아온 동네 어르신 손님 소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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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어린 나뭇잎을 보고 있으면, 저도 괜히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숲작업자 이연님이 꽃비원의 막 피어난 꽃잎과 어린 나뭇잎을 보며 그린 그림들, 첫 번째 편지의 포인트 그래픽이 되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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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비원
꽃비원은 약 2000평 규모의 농장에서 재철채소를 생산하며, 수확한 농작물을 활용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도시 소비자를 만납니다.
- 너멍굴농장
2016년 귀농하여 전북 완주군 고산면 산골에서 유기농법과 자연농법으로 농사지으며, 우리 것을 좋아합니다. *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며, 산속 생태계 순환을 추구하는 유기농법 * 비닐과 화학비료, 농약, 기계와 석유를 사용하지 않는 자연농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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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시장 마르쉐는 13년 동안 시장에서 농부를 만나고, 먹거리를 나누며 작은 농부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봐 왔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로 폭염과 집중호우가 반복되고, 빠르게 생산하는 방식의 농업은 흙의 힘과 생물다양성을 점점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좋은 농사를 지으려 애써도 농부의 삶을 오래 이어가기 어려운 현실 또한 점점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농부의 숲은 이러한 시대 속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과일나무와 여러해살이 작물, 산나물과 허브 등을 함께 심고 돌보며 숲처럼 다양한 생명이 공존하는 농업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나무는 뜨거운 볕과 바람으로부터 밭을 지켜주고, 풀과 꽃은 벌과 나비 같은 작은 생명들이 다시 찾아오는 환경을 만듭니다. 흙은 천천히 회복되고, 농부의 밭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지난해 농부의 숲에서는 572그루의 나무와 8,000촉 이상의 다년생 식물이 농부들의 밭에 심어졌습니다. 올해 2026년에는 50여 명의 벌새클럽, 프로보노, 숲작업자, 벗밭이 이 여정에 함께하며, 농부 혼자서는 가기 어려운 길을 천천히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 마르쉐 | 인스타그램 / 웹사이트
농부시장 마르쉐는 전국 곳곳의 소규모 농부, 요리사, 수공예가가 함께 모여 먹거리와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대화하는 농부시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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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밭이 모두의 숲이 되기까지
숲작업자의 첫 번째 편지를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농부의 숲 프로젝트 또는 숲작업자들에게 궁금한 점, 의견이나 응원을 남겨 주세요.
다음 편지로 답장을 남길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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